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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된 ‘사우디 공주’의 비극적인 사랑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중간에 위치한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군주제 국가다. 정식 명칭은 ‘사우디 아라비아왕국’이다.

사우디란 '사우드가(家)의', '사우드왕조(王朝)의'라는 뜻이다. 사우드 왕가는 국왕의 직위 뿐 아니라 군대의 지휘권과 주요 장관직은 물론 13개주의 통치자 자리까지 독점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슬람교의 발상지로 최대의 성지인 메카가 있다. 거의 전 국민이 이슬람교를 믿으며, 이슬람권 국가 중에서 가장 엄격하고 보수적인 이슬람 생활과 전통관습을 지키고 있다. 지난 1977년 11월, 사우디에서는 공주가 공개 총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사우디 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희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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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조 제4대 칼리드 국왕에게는 조카 손녀인 ‘미샤 알 빈트 파드 알 사우드’ 공주(19)가 있었다. 왕실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미샤 공주는 유럽으로 유학을 보내달라고 국왕에게 졸랐다. 유럽은 이슬람 율법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왕은 공주에게 이웃나라 레바논 유학을 허락했다. 그녀는 베이루트 대학에 다니게 됐는데, 얼마 되지 않아 그만 레바논 청년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상대는 레바논 평민 출신의 ‘카할레드 세르’였다. 이슬람 국가의 율법 샤리아에 따르면 부계(父系)의 4촌으로부터 청혼이 들어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다. 만약 사촌 간에 적당한 배필이 없으면 가급적 핏줄이 진하게 연계된 친척끼리 혼인해야 한다. 친척 외의 사람이나 부족 외의 사람, 외국인, 특히 종교가 다른 상대와의 결혼은 샤리아법에 위배되는 행위로 가혹한 형벌이 뒤따른다. 미샤 공주의 염문은 사우디 왕실까지 퍼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우디 왕실은 공주에게 즉시 귀국 명령을 내렸다. 공주가 여기에 응하지 않자, 사우디 왕실은 공주를 데려오기 위해 비밀 요원들을 레바논으로 급파했다. 

 

미샤 공주와 새르는 유럽으로 도피하기로 마음먹는다. 의논 끝에 목적지를 프랑스 파리로 정했다. 두 사람은 한 쌍의 남녀 인형을 만들어 강물에 던진 후 투신자살했다는 소문을 퍼트렸다. 이어 미샤 공주는 머리를 깎고 남자로 변장하고, 새르의 보호를 받으며 베이루트 도심을 빠져나가 공항에 이르렀다. 하지만 공항에는 이미 사우디 비밀 요원들이 잠복하고 있었다. 항공권 체크인 데스크에 접근하려던 두 사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요원들에게 발각돼 체포됐다. 미샤 공주와 새르는 사우디로 끌려갔다. 왕실에서는 새르 때문에 미샤 공주가 속아 넘어간 것처럼 하기 위해서 공주에게 사랑을 부정하라고 압박했다. 그렇게 되면 새르만 죽게 될 것을 알고 있는 미샤 공주는 이를 거부하고, “나는 새르를 사랑한다”고 세 번 외쳤다. 

 

관습에 따라 미샤공주는 돌에 맞아 죽어야 했지만 투석형은 면하게 해줬다. 결국 미샤 공주는 연인 새르가 보는 앞에서 총살형에 처해졌다. 새르도 참수형을 당하면서 연인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이 사건은 안토니 토마스 감독의 영화 <공주의 죽음>의 모티브가 됐다. 1980년 4월 영국 방송사 ATV를 통해 방영돼 영국과 사우디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됐다. 사우디는 영국 대사를 강제 추방하고 무역을 취소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